예술

동양화는 다 비슷하잖아? 아닌데요? 권세진작가의 새로운 동양화

죠슈앙 2023. 9. 3.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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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진 '윤슬' (물의표면)

완전 예쁘죠! 바다의 빛나는 윤슬이 마치 실사처럼 아름답게 그려진 그림입니다.

이 그림은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반전 매력이 있어요. 작은 조각 그림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가로세로 10cm 아주 작은 종이들을 다닥다닥 이어붙여 만들어진 그림이에요. 멀리서 볼 땐 아름다운 윤슬의 광경이 또 가까이서 볼 땐 조각마다의 다른 느낌이 색다른 작품인데요.

하지만 여기에 또 한 가지 반전이 있습니다. 이 그림은 다름아닌 먹 그림입니다. 우리가 동양화를 그릴 때 쓰는 바로 그 먹이에요. 이 작품은 동양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예술가 권세진 작가의 작품인데요. 작가는 동양화를 전공하면서 어릴 적부터 먹과 같은 동양적 재료를 많이 다뤘다고 해요.

문제는 작가가 그리고 싶었던 건 일반적인 동양화와 약간 달랐던 거죠. 동양화에선 선비정신의 중요시합니다. 그러면서 매난국죽 같은 자연물을 그리고는 하는데요. 수양의 목적이나 이상형의 모습을 그리는 게 흔하죠. 그런데 권세진 작가는 약간 다른데 관심이 있었대요. 먼 이상형이 아니라 우리가 마주보는 풍경 바로 내 주변에 있는 일상과 현실을 그리고 싶었다고 하죠.

 

밤 산책

근데 문제는 먹입니다. 먹이라는 재료가 일상이나 현실을 담기에 굉장히 어려워요. 먹은 사실 디테일한 표현이 굉장히 어려운 도구인데요. 일단 종이 위에 스며들면 빠르게 마르고 덧칠이나 수정도 어렵습니다. 때문에 무엇보다 빨리 그려야 해요. 거기다가 번지기도 쉬워요. 연필이나 물감 같은 다른 재료와 비교했을 때 디테일 표현하기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동양화들을 살펴보면요. 디테일에 집중하기보다 전체적인 분위기에 집중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붓의 필로 이뤄진 갖가지 형태들은 힘이 느껴지거나 그 자체의 분위기를 선사하죠.

하지만 권세진 작가는 이상적인 이야기보다 현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대요. 그러다 보니 작가에게 먹과 같은 동양적 재료는 도전의 대상이 됐죠. 작가는 그래서 방법을 고민하게 되요. 동양적 재료의 현대적 쓰임을 고민한 건데요.

이 바다 '윤슬' 작품도 그러한 작가의 고민 중에 탄생한 그림입니다.

이 작품 제작 배경이 참 재밌습니다. 아까 말했다시피 먹은 빨리 마르기도 하고 쉽게 번지잖아요 그런데 작가는 큰 화면에 이 바다의 임팩트를 담아내고 싶었대요. 근데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니었어요. 이 그림을 그릴 당시 작가의 작업실 공간도 부족해 대형작업을 하기 어려웠죠. 그래서 고안해낸 것이 바로 이 조각그림입니다.

 

편의점

작가는 큰 종이 위에 한번에 바다를 그리기보다 작게 그려 나갔어요. 가로세로 10cm의 작은 종이로 나눠 바다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죠. 이 방법을 택하니까 생각보다 많은 것이 해결됐어요.

우선은 공간이 비좁아도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죠. 덕분에 자신이 봤던 광활한 바다를 담을 수 있게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작은 화면덕에 먹이 빨리 말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큰 화면이었으면 한쪽 그릴 때 한쪽 마르고 신경 쓸 게 많죠? 그런데 작은 화면에 그리니까 좀 더 확신을 가지면서 그릴 수 있었죠. 더군다나 작은 종이로 쪼갠 덕에 다른 종이 쪽으로 그림이 번지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큰 화면에 작은 얼룩이라도 번지면 사실 되게 아쉬울 수 있잖아요. 그런데 조각 그림 속에서는 다른 종이로 번질 위험이 없으니 좀 더 쉽게 작업할 수 있었죠.

작가는 이렇듯 간단하면서도 획기적인 작업 방식을 고안해 먹이 가진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합니다. 그 결과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디테일한 먹 그림을 완성시켰죠. 덕분에 탄생한 그림은 일반적인 윤슬을 그린 그림과도 차이가 뚜렷합니다.

멀리서 보면 마치 빛바랜 필름 카메라로 찍은 주위 풍경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계속 보다 보면 일반적인 그림들과 확연히 다른 인상을 전해주는 게 이 작품의 특징이죠. 일상을 그린 그림은 많고,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도 많아요. 하지만 동양적 재료의 현대적 기법이 녹아진 권세진 작가의 그림은 어딘가 다릅니다. 고전적인 동양 재료들을 끊임없이 활용하지만 작업의 방식은 굉장히 현대적인 것이에요.

 

대림역 6번 출구

 권세진 작가의 작업 세계는 매우 독특한데요. 작가는 끊임없이 자신이 추구하는 현실의 이미지와 고전적인 동양 재료가 가진 한계를 충돌시킵니다. 그러면서 현대의 동양화란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고 그 지평을 넓혀 나가고 있죠. 한계를 모르는 권세진 작가의 도전은 미술씬에서 주목받으며 새로운 동양화의 움직임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널 위한 문화예술'의 새로운 프로젝트 사적인 컬렉션에선 새로운 가능성을 펼치는 예술가 권세진 작가님의 작품 5점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번 사적인 컬렉션 프로젝트는 서울 평창동에 위치한 갤러리 투와 함께 하는데요. 2007년에 개관한 갤러리 2는 한국에 떠오르는 현대예술가들을 소개하며 컬렉터와 관객 사이에서 주목받는 갤러리입니다. 오늘 소개한 권세진 작가를 비롯, 이은세, 전현선 등 자신만의 세계관을 만들어 가는 한국의 현대예술가들과 함께 하는데요. 이번 사적인 컬렉션을 통해서는 갤러리 투가 발급한 보증서 또한 함께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사적인 컬렉션 프로젝트는 예술을 더 깊게 사랑하는 방식을 고민하며 만들어졌습니다. 감상과 이해뿐만 아니라 직접 작품을 소장하는 경험을 통해 작품과 사랑에 빠지는 경험을 전해드리고자 기획했는데요. 현재 사적인 컬렉션 홈페이지에선 권세진 작가님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작품을 보고 직접 간직해 볼 수도 있는데요. 작품을 구매하신 컬렉터 분들께는 작품과 보증서는 물론 작품과 관련된 아주 사적인 이야기가 담긴 레터도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각 작품마다 담긴 특별한 이야기나 작가님이 컬렉터에게 전하는 말 등 다양한 이야기가 준비돼 있습니다. 작품과 더욱더 깊이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경험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는데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지금 홈페이지에서 오픈 예정 알림 놓치지 마세요. 앞으로도 사적인 컬렉션 프로젝트를 통해 더 많은 예술가분들을 소개하고 더불어 독자분들이 새로운 작품과 작가님께 사랑에 빠지는 경험을 만들고자 하는데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더 많은 예술가들에게 관심이 관심을 갖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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